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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무화과를 억쑤로 좋아하여 제주에 살 땐 직접 과수원에 가서 대놓고 먹었습니다. 엊그제 이웃 언니가 양산에서 키운 거라며 무화과를 주셨습니다. 알맞게 익어 무척 맛있네요. 난 뭘로 드리지......
숨은 그림과 틀린 그림 찾기 전 항상 틀린 그림 찾기가 훨씬 더 어렵더라구요. 요즘 책이랑 컴퓨터 정리를 하고 있는데, 버리기 아까운 책은 모두 스캔을 떠 놓고, 앨범째로 있는 음악들은 모두 들어보고 컴퓨터를 좀 가볍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 1테라 정도 줄였습니다. 스캔을 떠 놓고 보니 지난 시절 아이들과 함께 엎치락뒤치락 뒹굴며 행복했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네요. 제가 뭐 발도르프교육을 추구하는 건 아니지만 되도록 교과서 없이 재미있게 그리고 살아 있는 것들을 찾고 보고 느끼고 하는 것이 참 좋은 방법 같았고, 아이들 역시 그런 수업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아요. 암튼! 숨은 그림 찾고, 틀린 그림도 찾아 보세요~~~~ ㅎ
류달영 - 슬픔에 관하여 사람의 인생은 기쁨과 슬픔을 경위(經緯)로 하여 짜가는 한 조각의 비단일 것 같다. 기쁨만으로 인생을 보내는 사람도 없고, 슬픔만으로 평생을 지내는 사람도 없다. 기쁘기만 한 듯이 보내는 사람도 없고, 슬픔만으로 평생을 지내는 사람도 없다. 기쁘기만 한 듯이 보이는 사람의 흉중에도 슬픔이 깃들이며, 슬프게만 보이는 사람의 눈에도 기쁜 웃음이 빛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기쁘다 해서 그것에만 도취 될 것도 아니며, 슬프다 해서 절망만 일삼을 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내 책상 앞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다. 고흐가 그린 ≪들에서 돌아오는 농가족≫(農家族)이다.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얇게 무늬지고, 넓은 들에는 추수할 곡식이 그득한데 젊은 아내는 바구니를 든 채 나귀를 타고, 남편인 농부는 포크를..
초성퀴즈 전 어렸을 적부터 '국어' 교과가 그렇게 재밌었습니다. 물론 국어 교과 안에는 화법, 작문, 문법, 문학, 독서 등 영역별 편제가 있어서 모두 다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문학이나 독서 영역에서는 고전문학을 비롯하여 현대문학에서 시(詩), 수필, 소설, 그리고 희곡이나 시나리오까지 공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세계문학까지 두루 공부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좋아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건 다릅니다. ㅎ 동영상 제목에는 진정한 한국 사람이면 맞혀야 한다는데, 한번 풀어 보세요~~~~ ㅎ ➜ 워밍업 ➜ 퀴즈 모음 나다움교육 재미쑥쑥! 실력쑥쑥! 나다움교육과 함께 해요♥ www.youtube.com
당세풍(當世風)의 결혼 -마광수 여러 해 동안 내 마음은 흔들려 왔다 겁 많은 희망도 옹졸한 절망도 만나왔다 한껏 명목(名目)뿐인 죽음과도 만나왔다 이젠 힘주어 시끄럽게 짖어도 보겠다 허우적허우적 신나게 춤도 추어보겠다 오묘한 생활의 섭리도 밤의 진리도 만나보겠다 안도(安堵)도 단란(團欒)도 만나보겠다 이젠 사치스런 반항도 폭음도 없다 대견스런 사주팔자(四柱八字) 과로한 아부(阿附)의 순간들만 있다 곧 쓰러지게 되리라 모든 습관처럼 본능처럼 잠깐은 신났던 저번(這番)의 사랑처럼 행복으로 빛나던 짧은 예감(豫感)처럼!
김광규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
한용운 - 슬픔의 삼매(三昧)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狂人)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황지우 - 수은등 아래 벚꽃 사직공원(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彼岸)에서 이쪽으로 터져 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 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手淫)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生)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生)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