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글/시(詩)

한용운 - 슬픔의 삼매(三昧)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狂人)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 글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세풍(當世風)의 결혼 -마광수  (0) 2021.09.30
김광규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0) 2021.09.30
황지우 - 수은등 아래 벚꽃  (0) 2021.09.30
어린 게의 죽음 -김광규  (0) 2021.09.27
병(病) -고은  (0) 2021.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