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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시(詩)

당세풍(當世風)의 결혼 -마광수

 

 

 

 

 

 

 

 

 

 

 

 

 

여러 해 동안 내 마음은 흔들려 왔다

겁 많은 희망도 옹졸한 절망도 만나왔다

한껏 명목(名目)뿐인 죽음과도 만나왔다

 

이젠 힘주어 시끄럽게 짖어도 보겠다

허우적허우적 신나게 춤도 추어보겠다

오묘한 생활의 섭리도 밤의 진리도

만나보겠다

안도(安堵)도 단란(團欒)도 만나보겠다

 

이젠 사치스런 반항도 폭음도 없다

대견스런 사주팔자(四柱八字)

과로한 아부(阿附)의 순간들만 있다

곧 쓰러지게 되리라

모든 습관처럼 본능처럼

잠깐은 신났던 저번(這番)의 사랑처럼

행복으로 빛나던

짧은 예감(豫感)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