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글

(45)
[현대시조] 이호우 - 달밤 ✾ 달밤 -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니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Chris Spheeris - Always
문현미 - 겨울 산 절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달을 정수리에 이고 가부좌 틀면 수묵화 한 점 덩그러니 영하의 묵언수행! 폭포는 성대를 절단하고 무욕의 은빛 기둥을 곧추세운다 온몸이 빈 몸의 만월이다 ♬ André Rieu - When Winter Comes
김종철 - 섬진강 추석에 내려왔다 추수 끝내고 서울 가는 아우야 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래 -차비나 혀라 -있어요 어머니 철 지난 옷 속에서 꼬깃꼬깃 몇 푼 쥐여주는 소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손길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고개 숙여 텅 빈 들길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우야 서울 길 삼등열차 동구 정자나무잎 바람에 날리는 쓸쓸한 고향마을 어머니 모습 스치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어머니 어머니 부를 아우야 찬 서리 내린 겨울 아침 손에 쩍쩍 달라붙는 철근을 일으키며 공사판 모닥불가에 몸 돌리며 앉아 불을 쬐니 팔리지 않고 서 있던 앞산 붉은 감들이 눈에 선하다고 불길 속에 선하다고 고향마을 떠나올 때 어여가 어여가 어머니 손길이랑 눈에 선하다고 강 건너 콩동이랑 들판 나락 가마니랑 누가 다 져날랐는지요 아버님 불효자식 올림이라..
박우현 - 한 세월 세월이 어떻게 가던가 울면서 가던가 웃으면서 가던가 손 흔들며 가던가 꽃상여처럼 가던가 세월은 어떻게 가던가 4월 바람에 지던 벚꽃처럼 가던가 여름 소나기처럼 가던가 가을 햇살에 흔들리던 억새처럼 가던가 겨울 살을 에는 눈바람으로 가던가 세월은 또 어떻게 가던가 사막 모래바람 같은 한숨 소리로 가던가 첫키스처럼 가던가 되돌아 갈 수 없는 추억처럼 가던가 한 세월이… 갔다. ♬ Igor Dvurechensky - Winter Feelings
최홍걸 - 겨울나무 마침내 빈 몸이 되었다. 생각마저 비었으니 저 어둠으로 흐르는 강 수이 건널 수 있겠다 그리운 사람아 저 언덕에 이르면 그대 길 위에 환한 등불 하나 밝힐 수 있겠다 ♬ 이성원 - 겨울나무
김남조 -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버리고 허무(虛無)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靈魂)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 『겨울바다』 1967 상아출판사 ♬ 사랑과 평화 - 겨울 바다
박노해 - 겨울 사랑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듯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 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듯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 김세화 & 이영식 - 겨울 이야기
안도현 - 겨울 강가에서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내리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아내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김용택 『시가 내게로 왔다: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에서 ♬ Al Di Meola - First S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