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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영 - 슬픔에 관하여 사람의 인생은 기쁨과 슬픔을 경위(經緯)로 하여 짜가는 한 조각의 비단일 것 같다. 기쁨만으로 인생을 보내는 사람도 없고, 슬픔만으로 평생을 지내는 사람도 없다. 기쁘기만 한 듯이 보내는 사람도 없고, 슬픔만으로 평생을 지내는 사람도 없다. 기쁘기만 한 듯이 보이는 사람의 흉중에도 슬픔이 깃들이며, 슬프게만 보이는 사람의 눈에도 기쁜 웃음이 빛날 때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기쁘다 해서 그것에만 도취 될 것도 아니며, 슬프다 해서 절망만 일삼을 것도 아니다. 나는 지금 내 책상 앞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있다. 고흐가 그린 ≪들에서 돌아오는 농가족≫(農家族)이다.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얇게 무늬지고, 넓은 들에는 추수할 곡식이 그득한데 젊은 아내는 바구니를 든 채 나귀를 타고, 남편인 농부는 포크를..
초성퀴즈 전 어렸을 적부터 '국어' 교과가 그렇게 재밌었습니다. 물론 국어 교과 안에는 화법, 작문, 문법, 문학, 독서 등 영역별 편제가 있어서 모두 다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문학이나 독서 영역에서는 고전문학을 비롯하여 현대문학에서 시(詩), 수필, 소설, 그리고 희곡이나 시나리오까지 공부할 수 있고, 무엇보다 세계문학까지 두루 공부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좋아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건 다릅니다. ㅎ 동영상 제목에는 진정한 한국 사람이면 맞혀야 한다는데, 한번 풀어 보세요~~~~ ㅎ ➜ 워밍업 ➜ 퀴즈 모음 나다움교육 재미쑥쑥! 실력쑥쑥! 나다움교육과 함께 해요♥ www.youtube.com
당세풍(當世風)의 결혼 -마광수 여러 해 동안 내 마음은 흔들려 왔다 겁 많은 희망도 옹졸한 절망도 만나왔다 한껏 명목(名目)뿐인 죽음과도 만나왔다 이젠 힘주어 시끄럽게 짖어도 보겠다 허우적허우적 신나게 춤도 추어보겠다 오묘한 생활의 섭리도 밤의 진리도 만나보겠다 안도(安堵)도 단란(團欒)도 만나보겠다 이젠 사치스런 반항도 폭음도 없다 대견스런 사주팔자(四柱八字) 과로한 아부(阿附)의 순간들만 있다 곧 쓰러지게 되리라 모든 습관처럼 본능처럼 잠깐은 신났던 저번(這番)의 사랑처럼 행복으로 빛나던 짧은 예감(豫感)처럼!
김광규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겨울밤 하늘로 올라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
한용운 - 슬픔의 삼매(三昧) 하늘의 푸른빛과 같이 깨끗한 죽음은 군동(群動)을 정화(淨化)합니다 허무의 빛인 고요한 밤은 대지에 군림하였습니다. 힘없는 촛불 아래에 사리뜨리고 외로이 누워 있는 오오, 님이여! 눈물의 바다에 꽃배를 띄웠습니다 꽃배는 님을 싣고 소리도 없이 가라앉았습니다 나는 슬픔의 삼매(三昧)에 '아공'(我空)이 되었습니다. 꽃향기의 무르녹은 안개에 취하여 청춘의 광야에 비틀걸음치는 미인이여! 죽음을 기러기 털보다도 가볍게 여기고, 가슴에서 타오르는 불꽃을 얼음처럼 마시는 사랑의 광인(狂人)이여! 아아, 사랑에 병들어 자기의 사랑에게 자살을 권고하는 사랑의 실패자여! 그대의 만족한 사랑을 받기 위하여 나의 팔에 안겨요 나의 팔은 그대의 사랑의 분신인 줄을 그대는 왜 모르셔요
황지우 - 수은등 아래 벚꽃 사직공원(社稷公園) 비탈길 벚꽃이 필 때면 나는 아팠다 견디기 위해 도취했다 피안(彼岸)에서 이쪽으로 터져 나온 꽃들이 수은등을 받고 있을 때 그 아래에선 어떤 죄악도 아름다워 아무나 붙잡고 입 맞추고 싶고 깬 소주병으로 긋고 싶은 봄밤이었다 사춘기 때 수음(手淫) 직후의 그 죽어버리고 싶은 죄의식처럼 그 똥덩어리에 뚝뚝 떨어지던 죄처럼 벚꽃이 추악하게 다 졌을 때 나는 나의 생(生)이 이렇게 될 줄 그때 이미 다 알았다 이제는 그 살의의 빛 그 죄마저 부럽고 그립다 이젠 나를 떠나라고 말한 오직 축하해주고 싶은 늦은 사랑을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서 나는 비로소 이번 생(生)을 눈부시게 했던 벚꽃들 사이 수은등을 올려다본다
Black Oak Arkansas – Dark Purple Blues 블루스 밴드 'Black Oak Arkansas'는 그들의 고향인 'Arkansas Black Oak'의 이름을 딴 미국 남부 락 밴드입니다. 1970년대에 네 개의 차트 앨범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습니다. 관심 가는 멤버가 몇 명 있습니다. '록키 아타스'는 Glenn Hughes, Buddy Miles, Double Trouble 및 John Mayall과의 작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기타리스트이자 블루스 작곡가로 유명하지요. 드러머 '조니 볼린'은 BOA에서 25년을 함께한 드러머로 형인 토미 볼린의 음악 카탈로그를 관리하고 있죠. 특히, 'Jim "Dandy" Mangrum'으로 잘 알려진 리드 보컬 '제임스 맹럼'의 매력적인 음색이 너무 좋아서 제가 보아의 음악을 자주 듣게 됩니다...
(Somebody) Loan Me A Dime 거의 13분대에 이르는 이 곡은 원래 미국 블루스 기타리스트 'Fenton Robinson'이 처음 발표한 3분 정도의 짧은 곡이었습니다. Fenton Robinson이 1967년 시카고의 작은 레코드사에서 작업을 마치고 앨범이 갓 나왔을 때 엄청난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전국적인 배급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곤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Boz Scaggs'가 1969년 그의 첫 솔로 앨범 데뷔작인 《Boz Scaggs》에서 처음 리메이크 곡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원래 보즈 스캑스의 음악 스타일은 대체로 세련된 팝-락, 또는 퓨전이라고 하면 적당할 듯싶은데 이 앨범에서만큼은 블루스 필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앨범 작업에 참여했던 'Duane Allman' 때문입니다. 1971년 불의의 오토바이 ..
Tony Lee King – All Alone '토니 리 킹'은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블루스-락 음악을 하는 가수입니다. 어린 시절 프랑스 파리에서 살았고, 7세 때 하모니카를 배워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기타를 비롯해 다양한 악기들을 배우면서 음악에 대한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17세 때 B.B. King의 앨범 《Six Silver Strings》에 심취하여 뮤지션이 되기로 결심했다네요. Eric Clapton, J.Lee Hooker, Buddy Guy 등의 음악들을 카피하면서 버스킹을 하기 위해 유럽 등지의 여러 곳을 떠돌아다녔고, 이후 크로아티아로 돌아가서 많은 유명 뮤지션 및 프로듀서와 함께 앨범 작업을 진행하여 데뷔앨범을 포함해 총 넉 장의 앨범을 발표하면서 블루스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Tony Lee King-2000[All Al..
어린 게의 죽음 -김광규 어미를 따라 붙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이 새끼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 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 1979 문학과 지성사,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