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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 단상 & 나들이

우리 곡물차(茶)

 

 

 

 

 

 

 

벌써 연말이네요.

'하얀 소'님이 가시고,

'검은 호랑이'님이 오십니다.

 

 

'임인년'(壬寅年) 글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또 혼자서 기어코 글자와의 인연을 만들어내면서

우울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임'(壬)은 그저 검은색을 나타내고

'인'(寅)은 호랑이를 나타내지요.

 

개명 전 내 이름이 '인'(寅)이었고,

고작 일곱 해를 살고 이 세상을 떠나간

네 살 아래 남동생이

1962년생 '호랑이'(寅)띠였습니다.

 

나도 겨우 초등학교 5학년 아이였던 때라

당시엔 동생의 죽음이 뭔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이 쌓여갔습니다.

'내가 더 살갑게 잘해주지 못함'에 대한 죄책감과

언제나 웃음이 넘쳐나던 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나이가 들수록 더 깊고 깊은 상처가 되었죠.

 

 

사실은 오늘은

이런 이야기가 아니고,

차(茶)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그만... ㅎ

 

 

저는 상식이나 뉴트랜드 등에 둔감한 편이라

어떤 정보가 넘쳐나도

물은 팔팔 끓여 먹는 편입니다.

 

그래서 보리차, 옥수수차, 우엉차, 돼지감자차... 등의

생물, 또는 건물을 대중없이 넣어 팔팔 끓여 먹습니다.

때때로 몸의 컨디션에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 낮출 땐 비트차나

메밀차, 뽕잎차 등을 선별할 때도 있습니다.

 

 

올 한 해를 보내면서

조금 서운하고 쓸쓸했던 일이

아직도 맘에 남아 기분이 참 묘해집니다.

 

내가 우리 곡물차를 대어 먹는 곳이 있는데,

지난 9월부터 출근길에 보게 되는 할아버님이 계셨습니다.

우리 곡물차를 파시는 분이었는데,

집에 차가 많이 있었지만

이 할아버님께 차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곡물차를 끓이기 전에 항상 곡물을 깨끗이 씻는데

맛이 제맛이 안 나고 정말 희한한 맛이었습니다.

혹시 '중국산인가?'하는 생각도 하면서

극심한 복통으로 병원을 가기까지

몇 달을 원인을 모른 채 마셨는데,

할아버님께 구입한 모든 건곡물이 썩어서

속에 곰팡이까지 피어 있었던 겁니다.

 

씻을 때 외양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맛만 이상했기 때문에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아요.

 

 

할아버님께 구입한 모든 건곡물을 버리면서

마음이 정말 좋지 않았어요.

내 딴엔 할아버님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하여

꾸준히 구매한 것인데...

 

 

아직 곳곳에 남아있는 장날이 있는 장터에서

할아버님, 할머님께서 파시는 우리 건곡물차가 있는데,

그게 말리면 그만인 줄 아시고 파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네요.

썰어서 깨끗하게 잘 말리면 곡물차가 된다고 아는

어르신들이 계신다고 합니다.

그것이 완전히 마르지 않은 상태로 켜켜이 쌓이게 되면

곰팡이가 슬고 썩어 간다고 하네요.

 

 

그냥 십여 년을 대어서 먹던 곳에서

계속 구입하여 먹는 것이 제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짧은 세월도 아닌데

지금까지 맛나게 잘 마셔왔으니까 말입니다.

 

각 차별로 만드는 과정과 효능도 알게 되고,

음용법이나 보리차처럼 원물은 버리는 것이 좋은 차들도 알게 되면서

꾸준히 먹어 왔으니까 유지하면 좋겠지요.

 

 

한번 크게 아픈 뒤에 끓여 먹는

곡물차라서 그런지

이 아침에 왠지 더욱 맛이 납니다!

 

 

 

 

 

 

 

 

 

 

 

 

 

 

 

 

 

 

 

 

 

 

 

 

 

♬  은빛 바다 (황의종 작곡, 이준호 소금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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