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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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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 섬진강 추석에 내려왔다 추수 끝내고 서울 가는 아우야 동구 단풍 물든 정자나무 아래 -차비나 혀라 -있어요 어머니 철 지난 옷 속에서 꼬깃꼬깃 몇 푼 쥐여주는 소나무 껍질 같은 어머니 손길 차마 뒤돌아보지 못하고 고개 숙여 텅 빈 들길 터벅터벅 걸어가는 아우야 서울 길 삼등열차 동구 정자나무잎 바람에 날리는 쓸쓸한 고향마을 어머니 모습 스치는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어머니 어머니 부를 아우야 찬 서리 내린 겨울 아침 손에 쩍쩍 달라붙는 철근을 일으키며 공사판 모닥불가에 몸 돌리며 앉아 불을 쬐니 팔리지 않고 서 있던 앞산 붉은 감들이 눈에 선하다고 불길 속에 선하다고 고향마을 떠나올 때 어여가 어여가 어머니 손길이랑 눈에 선하다고 강 건너 콩동이랑 들판 나락 가마니랑 누가 다 져날랐는지요 아버님 불효자식 올림이라..
서울의 달 -고혁 는개 철철 내리는 밤 한강 다리 악을 쓰는 자동차 행렬에 쫓기듯 웅크린 채 떠밀려 가는 사내 용산역 대합실도 지나버렸고, 이제 갈 곳이 없다. 텅 빈 뱃속 어지러운 머리 어디 잠재 울 구석이 없다. 한 많은 청춘 더럽게 날렸다 좋다고 서울 와서 있는 힘 없는 자랑 죄다 빼앗기고 땀내 나는 그림자마저 전깃불 빛에 먹혔다 간다, 누더기뿐인 몸뚱이 하나 갈가리 찢긴 가슴을 안고 아무 소리 않고 다리 위를 간다 비칠비칠 뻘건 살덩어리 간다 사내야, 앞도 안 보고 가는 사내야 내일 또 다시 이 길로 돌아올 거냐 네 뒤에 부끄러이 가는 나는 함부로 말 붙일 수도 없다 다리 아래, 함께 건너는 이 다리 아래 시꺼먼 물 도도히 떠내려가고 물귀신 떼처럼 서울이 비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