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는개 철철 내리는 밤 한강 다리
악을 쓰는 자동차 행렬에 쫓기듯
웅크린 채 떠밀려 가는 사내
용산역 대합실도 지나버렸고, 이제
갈 곳이 없다. 텅 빈
뱃속 어지러운 머리
어디 잠재 울 구석이 없다.
한 많은 청춘 더럽게 날렸다
좋다고 서울 와서 있는 힘
없는 자랑 죄다 빼앗기고
땀내 나는 그림자마저
전깃불 빛에 먹혔다
간다, 누더기뿐인 몸뚱이 하나
갈가리 찢긴 가슴을 안고
아무 소리 않고 다리 위를 간다
비칠비칠 뻘건 살덩어리 간다
사내야, 앞도 안 보고 가는 사내야
내일 또 다시 이 길로 돌아올 거냐
네 뒤에 부끄러이 가는 나는
함부로 말 붙일 수도 없다
다리 아래, 함께 건너는 이 다리 아래
시꺼먼 물 도도히 떠내려가고
물귀신 떼처럼 서울이 비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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