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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고전문학(古典文學)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규중칠우쟁론기'는

어느 규중 부인이 지은 것으로,

고대 수필 형식의 글입니다.

 

의인법, 풍유법, 내간체의 표현을 빌어

풍자적이고 우화적으로

인물의 성격을 뚜렷하게 묘사하며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인들의 삶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조침문(弔針文)과 함께 의인화된

고대 수필의 쌍벽을 이루며

규방의 부인이 침선(針線)에 사용하는

도구들을 등장시켜

인간 세상의 처세술에 견주어

이를 풍자하고자 한 것입니다.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고 공치사만 일삼는

세태에 대한 풍자가 주제이며,

 

규방의 부인이 자(척부인), 바늘(세요각시),

가위(교두각시), 실(청홍흑백각시),

골무(감토할미), 인두(인화부인), 울낭화(다리미) 등

규중 칠우가 제각기 자기의 공을 내세우며 다투다가

규방 주인의 책망을 듣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규중 칠우가 번갈아 가며

인간의 인정 없음에 성토하다가

또 다시 주인 여자에게 야단을 맞는데,

감투 할미가 죄를 빌어

무사하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   고전문학이 정말 그 재미가

      스릴과 서스펜스 넘치는

     어느 도서나 영화나 드라마보다 재미져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심연으로 퐁~당 빠져

     헤어나오기가 정말 쉽지 않아서

     쉽게 손대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 우연히

     퇴직 전 업무에 필요했던

     여러 가지 잡서(雜書)들을 정리하다가

     아이들과 공부했던

     ≪아씨방 일곱 동무≫가 나와서

     쭈욱~ 보다가

    이참에 원문도 한번 읽어 봤는데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번 공유해 봅니다.

 

 

 

 

▤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 원문

 

 

1

이른바 '규중 칠우'(閨中七友)는

부인내 방 가온데 일곱 벗이니

글하는 선배는 필묵(筆墨)과 조희 벼루로

문방 사우(文房四友)를 삼았나니

규중 녀잰들 홀로 어찌 벗이 없으리오.

 

2

이러므로 침선(針線) 돕는 유를

각각 명호를 정하여 벗을 삼을새,

바늘로 세요 각시(細腰閣氏)라 하고,

척을 척 부인(戚夫人)이라 하고,

가위로 교두 각시(交頭閣氏)라 하고,

인도로 인화 부인(引火夫人)이라 하고,

달우리로 울 랑자( 娘子)라 하고,

실로 청홍흑백 각시(靑紅黑白閣氏)라 하며,

골모로 감토 할미라 하여 칠우를 삼아

규중 부인내 아츰 소세를 마치매

칠위 일제히 모혀 종시하기를 한가지로 의논하여

각각 소임을 일워 내는지라.

 

3

일일(一日)은 칠위 모혀 침선의 공을 의논하더니

척 부인이 긴 허리를 자히며 이르되,

 

4

"제우(諸友)는 들으라.

 

나는 세명지 굵은 명지 백저포(白紵布)

세승포(細升布)와 청홍녹라(靑紅綠羅)

자라(紫羅) 홍단(紅緞)을 다 내여 펼처 놓고

남녀의(男女衣)를 마련할 새,

장단 광협(長短廣狹)이며

수품 제도(手品制度)를

나 곧 아니면 어찌 일으리오.

이러므로 의지공(衣之功)이 내 으뜸되리라."

 

5

교두 각시 양각(兩脚)을

빨리 놀려 내다라 이르되,

 

6

"척 부인아, 그대 아모리 마련을 잘 한들

버혀 내지 아니하면 모양 제되 되겠느냐.

내 공과 내 덕이니 네 공만 자랑마라."

 

7

세요 각시 가는 허리 구붓기며

날랜 부리 두루혀 이르되,

 

8

"양우(兩友)의 말이 불가하다.

진주(眞珠) 열 그릇이나 껜 후에

구슬이라 할 것이니,

재단(裁斷)에 능소 능대(能小能大)하다 하나

나 곧 아니면 작의(作衣)를 어찌 하리오.

세누비 미누비 저른 솔 긴 옷을 이루미

나의 날내고 빠름이 아니면

잘게 뜨며 굵게 박아 마음대로 하리오.

척 부인의 자혀 내고 교두 각시 버혀 내다 하나

내 아니면 공이 없으려든

두 벗이 무삼 공이라 자랑하나뇨."

 

9

청홍 각시 얼골이 붉으락 프르락 하야 노왈,

 

10

"세요야. 네 공이 내 공이라 자랑마라.

네 아모리 착한 체하나 한 솔 반 솔인들

내 아니면 네 어찌 성공하리오."

 

11

감토 할미 웃고 이르되,

 

12

"각시님네, 위연만 자랑 마소.

이 늙인이 수말 적기로

아가시내 손부리 아프지 아니하게

바느질 도와 드리나니

고어에 운(云), 닭의 입이 될지언정

소 뒤는 되지 말라 하였으니,

청홍 각시는 세요의 뒤를 따라다니며

무삼 말 하시나뇨.

실로 얼골이 아까왜라.

나는 매양 세요의 귀에 질리었으되

낯가족이 두꺼워 견댈 만하고

아모 말도 아니 하노라."

 

13

인화 낭재 이르되,

 

14

"그대네는 다토지 말라.

나도 잠간 공을 말하리라.

미누비 세누비 눌로 하여 저가락 같이 고으며,

혼솔이 나 곧 아니면 어찌 풀로 붙인 듯이 고으리요.

침재(針才) 용속한 재 들락날락 바르지 못한 것도

내의 손바닥을 한번 씻으면 잘못한 흔적이 감초여

세요의 공이 날로 하여 광채 나나니라."

 

15

울 랑재 크나큰 입을 버리고 너털웃음으로 이르되,

 

16

"인화야, 너와 나는 소임 같다.

연이나 인화는 침선뿐이라.

나는 천만 가지 의복에 아니 참예하는 곳이 없고,

가증한 여자들은 하로 할 일도 열흘이나 구기여

살이 주역주역한 것을 내의 광둔(廣臀)으로 한번 쓰치면

굵은 살 낱낱이 펴이며 제도와 모양이 고하지고

더욱 하절을 만나면 소님이 다사하야

일일도 한가하지 못한지라.

의복이 나 곧 아니면 어찌 고오며

더욱 세답하는 년들이 게으러 풀먹여 널어 두고

잠만 자면 브듲쳐 말린 것을

나의 광둔 아니면 어찌 고으며,

세상 남녀 어찌 반반한 것을 입으리오.

이러므로 작의 공이 내 제일이 되나니라."

 

17

규중 부인이 이르되,

 

18

"칠우의 공으로 의복을 다스리나

그 공이 사람의 쓰기에 있나니

어찌 칠우의 공이라 하리오."

 

19

하고 언필에 칠우를 밀치고 베개를 돋오고

잠을 깊이 드니 척 부인이 탄식고 이르되,

 

20

"매야할사 사람이오 공 모르는 것은 녀재로다.

의복 마를 제는 몬저 찾고 일워내면 자기 공이라 하고,

게으른 종 잠 깨오는 막대는 나 곧 아니면 못칠 줄로 알고

내 허리 브러짐도 모르니 어찌 야속하고 노흡지 아니리오."

 

21

교두 각시 이어 가로대,

 

22

"그대 말이 가하다.

옷 말라 버힐 때는 나 아니면 못하려마는

드나니 아니 드나니 하고 내어 던지며

양각을 각각 잡아 흔들제는 토심적고

노흡기 어찌 측량하리오.

세요 각시 잠간이나 쉬랴 하고 다라나면

매양 내 탓만 너겨 내게 집탈하니

마치 내가 감촌 듯이 문고리에 거꾸로 달아놓고

좌우로 고면하며 전후로 수험하야

얻어 내기 몇 번인 동 알리오.

그 공을 모르니 어찌 애원하지 아니리오."

 

23

세요 각시 한숨 지고 이르되,

 

24

"너는커니와 내 일즉 무삼 일

사람의 손에 보채이며

요악지성(妖惡之聲)을 듣는고.

각골 통한(刻骨痛恨)하며,

더욱 나의 약한 허리 휘드르며

날랜 부리 두루혀

힘껏 침선을 돕는 줄은 모르고

마음 맞지 아니면 나의 허리를 브르질러

화로에 넣으니 어찌 통원하지 아니리요.

사람과는 극한 원수라.

갚을 길 없어 이따감 손톱 밑을 질러 피를 내어

설한(雪恨)하면 조곰 시원하나

간흉한 감토 할미 밀어 만류하니

더욱 애닯고 못 견디리로다."

 

25

인홰 눈물지어 이르되,

 

26

"그대는 데아라 아야라 하는도다.

나는 무삼 죄로 포락지형( 烙之刑)을 입어

붉은 불 가온데 낯을 지지며

굳은 것 깨치기는 날을 다 시키니

섧고 괴롭기 칙량하지 못할레라."

 

27

울 랑재 척연 왈,

 

28

"그대와 소임(所任)이 같고 욕되기 한가지라.

제 옷을 문지르고 멱을 잡아 들까부르며,

우겨 누르니 황천(皇天)이 덮치는 듯 심신이 아득하야

내의 목이 따로 날 적이 몇 번이나 한 동 알리오."

 

29

칠우 이렇듯 담논하며 회포를 이르더니

자던 여재 믄득 깨쳐 칠우다려 왈,

 

30

"칠우는 내 허믈을 그대도록 하느냐."

 

31

감토 할미 고두사왈(叩頭謝曰),

 

32

"젊은 것들이 망녕도이 헴이 없는지라

족가지 못하리로다.

저희들이 재죄있이나 공이 많음을 자랑하야

원언(怨言)을 지으니 마땅 결곤(決棍)하암즉 하되,

평일 깊은 정과 저희 조고만 공을 생각하야

용서하심이 옳을가 하나이다."

 

33

여재 답왈,

 

34

"할미 말을 좇아 물시(勿施)하리니,

내 손부리 성하미 할미 공이라.

께어 차고 다니며 은혜를 잊지 아니하리니

금낭(錦囊)을 지어 그 가온데 넣어

몸에 진혀 서로 떠나지 아니하리라."

 

35

하니 할미는 고두배사(叩頭拜謝)하고

제붕(諸朋)은 참안(慙顔)하야 물러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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