余在耽津謫中
病妻寄敝裙五幅
蓋其嫁時之纁袡
紅已浣而黃亦淡
政中書本
遂剪裁爲小帖
隨手作成語, 以遺二子
庶幾異日覽書興懷,
挹二親之芳澤,
不能不油然感發也
名之曰霞帔帖,
是乃紅裙之轉讔也
내가 탐진(耽津)에 유배 중인데
병든 아내가 낡은 치마 다섯 폭을 부쳤다.
시집올 때 입었던 훈염(纁袡)이다.
홍색은 바래고 황색도 옅어져서
서첩으로 만들기에 꼭 맞다.
이에 재단하여 작은 첩을 만들어
경계하는 말을 붓 가는 대로 써서
두 아들에게 물려준다.
앞날에 이 글을 보고 감회가 일어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을 접하면
무럭무럭 감동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름을 『하피첩』(霞帔帖)이라고 한 것은
'붉은 치마'라는 말을
숨기고 바꾼 것이다.
※
'하피'(霞帔)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비(妃)나 빈(嬪)들이
입던 옷을 말한다고 합니다.
'노을빛 치마로 만든 작은 책'이라는
뜻의 이 서첩은
다산의 아내 홍씨가 보낸 치마가
붉은색을 띠고 있어서
'霞帔'(하피)라고 했다 합니다.
1810년 전남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다산에게
한양에 있던 아내가
자신을 잊지 말라며 보내온
붉은색 비단 치마를 가위로 잘라
아들들에게 쓴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어느 집에서 고이 간직하다가
그 후손들이 귀한 물건인 줄도 모르고
내다 버린 하피첩을
어느 할머니가 주어서
지인(知人)인 아파트 현장 소장에게 주었고,
그것을 2007년 TV 진품명품에 의뢰했는데,
감정가는 1억 원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2015년
서울 옥션에서 7억 5천만 원에 낙찰된 것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거두어들여
현재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하피첩 서문에 적혀있듯이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되고 얼마 후
아내 홍씨 부인이 바래고 해진
치맛감 여러 폭을 부쳐온 것을 잘라서
두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구절을
직접 짓고 써준 것이라네요.
제작연대는 경오년,
즉, 1810년(순조10) 7월과 9월로
다산의 나이 49세 때였다.
강진 유배 이후 다산의 전형적인
행초서풍(行草書風)을 보여주며,
특히 세 번째 첩에 실린
전서(篆書)와 예서(隸書)는
다른 서첩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혹시 필요한 동무님들 있을까 하여
원문을 올려 봅니다.
♬ 황병기 -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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